탈핵신문을 읽고_기장 고리원전, 사고방식의 변화(충북대 사회학과 1학년_김보란)

관리자
발행일 2023-07-04 조회수 31


기장 고리원전, 사고방식의 변화



충북대 사회학과 1학년_김보란



궁금해할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나는 18년간 원전 가동 지역이었던 부산에서 거주한 부산 토박이였다. 부산에는 유명한 바다(해운대, 광안리 해수욕장 등.)들이 많겠지만, 부산에 거주하는 이들은 정작 이런 곳을 즐겨 찾지 않는다. 사람도 많을뿐더러 ‘오션뷰’라는 명목으로 밥 한 끼 하려 해도 2, 3만 원은 기본이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즐겨 찾던 바다는 대부분 기장이었고, 바다가 보고 싶은 날엔 그중에서도 임랑해수욕장을 즐겨 찾았다. 임랑해수욕장의 몽돌 해변에 서면 나의 왼쪽으로는 넓게 펼쳐진 고리원전을 쉽게 볼 수 있다. 고리원전은 1호기, 2호기, 3호기, 4호기 총 4기가 운영되고 있고, 이곳에서 발전되는 전기에너지의 양은 연간 약 200억 kw/h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기량의 1/3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발전시설이다. 그 말인즉슨 방사능 유출 등 원전 사고의 피해 또한 막심하다는 뜻이며, 이 일로 인한 기장 주민과 정부, 한국수력원자력 간의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내가 부산에 살던 당시엔 집 근처에 어린이대공원, 시민공원과 같이 농성, 집회하기에 최적인 광장형 시설이 있었고, 실제로 주말마다 각종 집회, 시위로 시끌시끌했다. 근처 주민이었던 나는 그 시위에 관심을 가지기도 전에 그들의 목소리, 음악 소리에 일상생활의 불편을 겪기만 했기에 그들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다. 주말에 집 밖이 시끄럽다면 ‘아, 또 시위야?’ 하는 투정이 앞섰다. 내가 기억하는 그 어느 날도 집회 행진을 했었다. 그들은 기장의 고리원전 1호기를 폐쇄하라 요구하는 대규모 걷기 행사를 진행 중이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원전에 대한 상식이 전무했다. 그저 ‘원전에서 에너지를 많이 생산해 낼 수 있고, 원전에서 사고가 나면 위험하다.’, 정도? ‘하지만 그 위험을 감수하면서 원전을 운영하는 데엔 그만큼 엄청난 에너지를 손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일 텐데.’, 그저 그들을 ‘유난이네.’ 정도로 안일하게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충북대학교 사회학과의 사회학도로서 처음으로 참여한 뜻깊은 행사인 ‘414 기후 정의 파업’ 이후로 생각이 바뀌었다. 어릴 때야 단순하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지만,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오면서도 난 그저 ‘원전 폐쇄해야지, 사고 나면 우리 다 죽잖아.’라는 단순한 사고방식에 머물러있었다. 어쩌면 지금 하려는 말도 저것과 일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의 나와 분명히 다른 점은, 과거의 나에게 ‘왜?’, ‘그럼 어떻게 할 건데?’라는 질문을 한다면 논리 있게 내 생각을 개진하지 못하리라는 것. 불과 얼마 전의 나도 그랬지만, 지금은 다르다. 특히나 탈핵 신문을 모두 읽고 나선 탈핵의 중요성, 필요성에 대해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탈핵은 선택이 아니다. 필수다. 우리에게 핵발전소를 이용한 전기에너지가 가성비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핵폐기물, 방사능 등으로 고통받을 타 생명체를 무시한다는 것이야말로 종 이기주의가 아닐 수 없다. 또한 탈핵에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에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은 핵발전 에너지에 비해 효율이 안 좋기에 현실성이 없다.’라고 하는 부분은 그야말로 모순이라고 느껴진다. 원전의 안전관리 또한 부실한 상태에서, 원전을 확대하고 수명을 연장하자는 주장이 오히려 더 현실성이 없는 정책 아니겠는가? 지금 운영 중인 원전들의 안전관리조차 미흡하여 노후화된 원자력 발전소의 외벽에는 수십 센티미터의 구멍이 발견되고, 주기적 안정성 평가 보고서 하나조차 공정하고 투명하게 작성하지 못하는 마당에 원전을 늘리겠다는 것이야말로 궤변이 아닐 수 없다. 탈핵은 현재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미래, 더 나아가 우리의 후손들에게까지도 피해를 줄 수 있는 일이다. 그들의 목숨이 우리에게 달렸다. 과거 내가 목격한 걷기 운동에 참여했던 시민들의 진심 어린 소리 외침은 누군가에겐 ‘유난’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이젠 바뀌어야 할 때다. 사실 지금도 늦었다. 하루빨리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을 멈추고 ‘원전의 확대’가 아닌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 재생에너지 사업의 확대’로 변화해야 한다.
임랑해수욕장_사진(김보란 20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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