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신문을 읽고_나의 원전 이야기(충북대 사회학과 3년 김민주)

관리자
발행일 2023-07-04 조회수 45



나의 원전 이야기



충북대 사회학과 3학년_김민주



포항에서 태어나 포항 시골에서 자랐다는 이유로 원전은 늘 나와 가까웠다. 그러나 내가 본격적으로 원전에 대한 위험을 인지하게 된 것은 중학교 때였다. 당시 학교에서 월성 방사능 방재 합동 훈련을 진행했는데, 나는 꽤나 그 훈련을 당황스럽게 여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용은 무작정 동사무소로 가기. 영문도 모르고 꽤나 부실한 훈련을 받았던 나는 ‘이게 훈련인가?’라는 생각만 들게 하였다. 이후 고리 원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판도라’를 보면서 원전에 대한 공포가 내 중학교 시절을 완전히 뒤덮었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나는 그러한 원전 사고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엄청나게 적은 확률로 나타날 사건이라고 말이다. 주변에서는 원자력 마이스터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선배가 꽤 있었고, 우리 엄마도 한수원에서 지원 및 운영하는 수영장에서 수영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핵은 나쁜 것’이라는 인식은 가지고 있었지만, 어떻게? 왜 나쁜 것인가? 에 대한 답을 내리지 못한 채 나는 충북대학교 사회학과에 들어오게 되었고, 2022학년도 2학기에 환경사회학을 수강하게 되었다. 보고서 주제를 정할 때까지만 해도 내가 현재 경주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월성 원자력 발전소 이야기를 쓰자고 하였다. 그렇게 나는 보고서 주제를 원전으로 정하면서 그제서야 제대로 된 위험 인지 및 위험 인식을 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교수님께서 월성 원자력으로 이야기를 쓰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정말 많은 자료들을 보았다. 전부 사용하지는 못했지만, 열댓 개 가까이 되는 논문들과 백 페이지가 넘는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국회감사요구)’ 자료를 보았다. 교수님께서 추천해 주신 전반적인 국내 원자력 담론을 분석하기 좋은 한국탈핵이라는 책을 정독하기도 하였다. 또한 그때 처음으로 탈핵신문까지 접하게 되었다. 탈핵신문은 많은 전문가들이 반핵 담론을 형성하고 있는 곳이었다.
경주에는 월성 원전과 신월성 원전까지 총 6개의 핵발전소가 존재한다. 그 중 월성 1호기는 2019년 12월 24일에 영구정지 결정되었다. 현재 월성 원전 인근 지하수에서 삼중수소가 누출되어 조사 중에 있다. 월성 원전은 운영되면서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많이 존재했다. 이러한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언론에서는 은폐하거나, 자연적인 사고로 감추거나 큰 문제가 아닌 것처럼 다룬다. 심지어 그러한 언론의 반핵 담론 통제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핵은 좋은 것’, ‘핵은 싸고 효율적인 것’, ‘원전 인근 주민들은 그만큼의 혜택을 받으니 문제가 될 것이 없을 것’이라는 주류 여론을 형성하고는 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류 여론들이 과연 맞는 말인가? 정말 핵은 싸서 좋으며, 효율적인가? 원전 인근 주민들은 자신들의 목숨이 보장받을 만큼의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인가? 핵발전이 당장 사용할 때 싸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그렇게 핵발전을 사용한 뒤의 핵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누가 주도로 처리해야 하는가? 또한 정말 원전 인근 주민들은 적당한(적당하다는 표현도 맞는지 모르겠지만) 보상을 받고 있을까? 실제 양북에 거주하고 있는 필자의 지인에게 물어보았을 때, 적절한 보상은 전혀 받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1만 원을 넘지 못하는 전력 할인, 2년에 한 번씩 받게 되는 건강검진. 이것이 과연 원전 인근 주민들이 받을 수 있는 적절한 보상인가? 경주를 포함한 원전 인근 주민들의 안전은 건강검진 하나로 보장받았다고 할 수 있을까? 2년에 한 번씩 진행하는 건강검진은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이처럼 원전 인근 주민들의 다수결이 아닌 모두의 동의없이 진행된 핵발전소 건설 및 운영은 민주적이며 투명하다고 할 수 있을까? 최근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투기 문제로 많은 사람들이 반대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원전 인근 주민, 경주 거주 시민들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투기 문제가 생기기 이전에도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러한 목소리를 외면한 채 진행하는 국제 문제의 반대는 제법 모순적으로 보인다. 국제적 문제 이전에 국내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인근 거주 주민들의 생명권과 안전권을 보장해 주는 것이 옳은 순서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아직 탈핵 담론을 배우는 입장인 나는 아직까지 많이 부족하고 배울 게 참 많은 사람이다. 나름 3년 사회학 배웠다고 문제제기는 꽤나 자신 있다고 자부하지만, 그렇게 문제제기를 하기 위해서는 지식의 형성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주변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에게 저명한 탈핵론자가 되었으면 한다고 한다. 농담의 색이 강한 말인 것을 알지만, 탈핵에 대한 배움을 게을리지 하지 않고 싶다. 나는 계속해서 논문과 책, 탈핵신문을 읽으며 지식을 쌓고 싶고, 414 기후정의파업에 참여한 것처럼 실천하고 행동하는 사회학도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렇게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왜 탈핵이 필수적인지에 대해 물어보았을 때 선명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다짐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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