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모든 에너지계획의 기본이 되는 에너지기본계획 두 번째가 지난 1월 14일 국무회의를 통과해서 확정되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처음 만들어지는 에너지기본계획에 국내외 이목이 쏠렸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포함된 민관워킹그룹까지 구성해서 논의했지만 정부는 취사선택했다.2차 계획의 방향으로 제시된 6대 과제의 첫 번째가 ‘수요관리 중심의 에너지 정책전환’이고 두 번째가 ‘분산형 발전시스템의 구축’이며 세 번째가 ‘환경, 안전과의 조화 모색’으로 기존의 공급중심 에너지정책의 기조가 바뀐 것처럼 보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방향의 전환과 상관없이 더 악화되었다. 여기서 ‘악화’의 의미는 효율성, 안전성, 안정성, 환경성 등의 측면에서의 평가다. 에너지소비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고 재생가능에너지와 같이 환경과 안전에 위험도가 적은 에너지원의 확대가 미래지향적이라고 본다면 2차 에너지기본계획은 그 반대로 악화되었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에너지소비전망은 1차 계획을 훌쩍 넘어 2035년이 되면 현재 1인당 에너지소비 1위 국가인 미국을 앞서게 된다. 미국인들처럼 에너지를 다소비하고 자원을 낭비하면 지구가 5개가 되어도 모자란다는 평가가 있다. 국토도 좁고 인구밀도도 높아 1인당 점유면적도 적은 우리나라 1인당 에너지소비가 그런 미국의 1인당 에너지소비를 넘어선다는 비현실적인 계획이 2차 에너지기본계획의 근간이다. 에너지소비 중에서도 전기비중이 특히 대폭 상승해서 에너지소비의 비효율구조가 강화되는 것으로 전망했다. 나아가서 원전에 대해서는 사실상 확대 정책을 인정했고 신재생에너지는 1차 계획에서 별로 진전되지 못했다. 그리고 원전에 대해서는 에너지기본계획의 하위계획에서나 발표되는 원전 총 설비용량까지 구체적으로 적시했고 신재생에너지는 2035년까지의 비율만 제시되어 있어서 절대량이 얼마나 될 것인지 예측할 수 없게 되어 있다. 29% 원전 비중에 담긴 의미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41%까지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에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민관워킹그룹이 제안한 범위에서 가장 높은 비중인 29%가 결정되었다 하더라도 원전 확대 정책은 중단되었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41%나 29%는 비율이지 절대량이 아니다. 비중에 따른 원전 설비의 절대량은 발전설비 전체량이 얼마로 예측되느냐에 따라 다르고 발전설비 전체량은 전기수요에 따라 정해진다.2차 에너지기본계획 민관워킹그룹에서는 에너지와 전력수요예측을 하지 못했다. 환경부와 산업부 등이 모여서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작성하는 데에 에너지수요 전망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전망한 에너지와 전력수요가 과소예측되어 있다는 산업부의 주장과 지난 5년간 예측이 어긋나간 것은 있지만 장기 예측으로는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환경부의 주장이 갈등을 빚었다. 결국, 산업부의 2차 에너지기본계획은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 2030년까지 예측했던 1차 에너지수요를 8% 더 많이 전망했고 전기는 30% 더 많이 전망했다. 그 결과 발전설비 역시 대폭 늘었는데 여기에 현재 7% 정도인 발전설비예비량을 22%까지 늘리는 목표를 잡다 보니 2035년의 발전설비량이 현재의 두 배로 늘어나는 결과가 되었다. 결국 원전 설비 비중이 현재의 26%에서 29%로 늘어나는 정도이지만 원전 설비 절대량은 현재의 20.7기가와트(GW)에서 43기가와트(GW)로 두 배 이상으로 대폭 늘었다. 이 설비량을 맞추려면 가동 중인 23기의 원전에 건설 중인 5기의 원전과 계획 중인 6기의 원전에 1500MW짜리 5기는 추가로 더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에너지기본계획은 ‘기본계획’의 성격상 에너지계획의 방향을 정하고 큰 틀에서의 에너지수요과 에너지원별 구성을 정한다. 구체적인 발전설비량은 2년마다 수립되는 세부계획인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정해왔다. 하지만 이번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원전설비량의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원전 확대정책을 계속해나갈 것임을 강하게 표현한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11%의 의미반면에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035년에 1차 에너지에서 11%의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에 그쳤다.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도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11%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 목표였는데 5년이 지난 2035년에도 여전히 11%라고 하면 1차 계획때보다 후퇴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앞서 확인한 것처럼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보다 1차 에너지수요 전망을 더 높이 잡았기 때문에 절대량은 더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2차 에너지기본계획은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달리 1차 에너지 목표 수요를 밝히지 않아서 신재생에너지 11%가 절대량으로 얼마정도인지 확인할 수가 없다.에너지기본계획을 세울 때 출발점은 경제성장률, 인구성장률, 산업구조, 유가 등의 에너지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와 과거 에너지 사용 추이를 반영해서 미래의 에너지소비량을 전망하는 것이다. 에너지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변화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 예상되는 에너지소비 전망이 ‘에너지기준수요 전망’인데 여기서 에너지소비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정책변화를 가정하고 ‘에너지목표수요’를 정한다. 그리고 이 에너지목표수요 전망을 어떤 에너지원으로 공급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 에너지기본계획이다. 그런데 이번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1차 에너지기준수요는 있는데 목표수요가 없다. 그러다 보니 1차 에너지수요의 11%를 신재생에너지 공급하겠다고 하는데 그 절대량이 얼마나 될 지 확인할 수 없는 것이다.절대량은 없지만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원별 비율은 제시되었다.2012년 현재 1차 에너지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3.2%이고 그 중 폐기물이 67.8%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대규모로 확대되고 있는 태양광과 풍력은 우리나라에서 각각 2.7%, 2.2%에 불과하다. 2035년이 되면 각각 14.1%, 18.2%로 비중이 커지는 것으로 목표를 잡고 있는데 그때도 여전히 폐기물 비중이 29%에 달한다.우리나라가 2035년에 11%의 신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세웠지만 세계는 2012년에 이미 1차 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19%에 달했고 발전설비용량의 26%가 재생에너지다. 2012년 세계 발전설비 용량 순 증가분의 절반 이상이 재생에너지로 채워졌다. 2012년에 새로 건설된 태양광발전설비용량은 29기가와트(GW)로 원전 설비용량으로 치면 29기에 맞먹는 양이고 풍력은 45기가와트(GW)가 새로 건설되었다. 중국에서 풍력발전은 석탄발전보다 더 증가하였고 처음으로 원전발전량을 넘어섰다. 유럽연합에서 재생에너지는 2012년 신규 발전설비 용량의 70%를 차지했고 독일에서 재생에너지는 전력소비의 22.9%(2011년 20.5%), 열소비의 10.4%, 최종에너지수요의 12.6%를 차지했다. 미국은 다른 발전원보다 풍력 용량이 더 많이 늘어났고 재생에너지는 총 신규발전설비의 45% 차지해서 천연가스를 앞섰다. *세계 태양광 발전용량 추이, 출처: Reneables GLOBAL FUTURES REPORT 2013
*세계 풍력발전 용량 추이, 출처: Renewables GLOBAL FUTURES REPORT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