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열매

관리자
발행일 2015-09-23 조회수 990




DSCN0029



<오미자>



DSCN0062



<대팻집나무의 빨간 열매>



DSCN0090



<노린재나무의 보라색 열매>



DSCN9746



<좀작살나무의 열매>



DSCN9520



<큰꽃으아리의 씨앗>





하늘은 높고 파랗습니다.



올해의 가을이 이제 시작했나 봅니다. 우린 절기가 바뀌는 이 시기를 환절기라고 말하며, 생명들도 가장 큰 변화가 생기는 시간입니다.



여름의 강한 열정과 에너지를 받은 생명들은 이 에너지를 잘 모여 결실을 맺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가을은 어머니의 계절이라고 하는 것이겠죠.



숲에는 이제 큰 변화를 하나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특히 열매를 맺은 식물들은 이제 봄부터 키워온 자신의 자식들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모두 한 번에 열매를 맺는 것처럼 보이지만 각각의 식물들을 한 해 동안 바라보면 모두 다 다릅니다.



봄에 꽃을 피워 일찍 열매를 보내기도 하고, 초여름에 꽃을 피워 열매를 맺힌 후 여름 내 매달고 천천히 키워내는 식물들도 있습니다.



정리하면 봄에 꽃을 화려하게 피었던 식물들은 여름에 열매를 보냅니다.



벚나무, 앵두나무, 살구나무 등 입에 침이 고이는 열매들이 대부분입니다.



그에 비해 시기가 조금 늦게 꽃을 피우는 사과나무, 배나무, 산딸나무 등은 가을이 들어오는 시기에 열매가 다 익어갑니다.



비슷한 시기에도 수수하게 꽃을 피우는 참나무, 호두나무, 감나무 들은 가을이 깊어져야 열매가 완연하게 익어갑니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시기를 달리하는 것은 꽃을 수분해주는 매개체들의 경쟁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열매가 익고 나면 이제 멀리 보내야 합니다.



열매에 들어있는 씨앗을 멀리 보내는 것은 식물들의 오래된 고민입니다.



고민을 쉽게 해결해 자식들을 본인 품에서 끌어안고 군락으로 이루는 식물도 있지만 대부분 멀리 자신의 자식들 보내야 합니다.



가을바람이 높게 불어오기 시작하면 날개가 달린 씨앗을 날리기 시작합니다.



단풍나무, 느릅나무, 피나무, 박주가리, 민들레 등 바람에 실어 보내는 식물들입니다.



바람을 따라 몇백 미터를 날아가기도 하고 가까이 떨어져 있으면 바람을 따라 뒹굴어 정착지까지 보내게 됩니다.



대부분의 이런 열매들은 바람에 날아갈 수 있는 형태에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또한 열매 개수 역시 많은 편입니다.



그것은 씨앗이 정확하게 자리잡기 위한 확률이 적기 때문입니다. 바람에 날리는 이런 식물을 낭만파 라고 이름을 지어주곤 합니다.



이런 확률을 높이기 위해 확실한 방법을 사용하는 식물들이 있습니다. 바로 동물을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사과, 배, 대추, 감 등 열매를 먹는 동물을 통해 멀리 떠나보내는 것입니다.



감이나 대추는 새들이 열매를 먹으면서 씨앗을 같이 먹게 하는 방법입니다.



씨앗을 함께 먹은 동물들은 이동하여 배설을 하게 되는데 다른 영양분과 함께 씨앗이 배설되어 발아가 이루어지는 똑똑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열매로 동물을 유혹할 수 있도록 당분이나 영양분으로 에너지를 많이 사용해야 합니다.



그래서 열매의 개수는 적은 편입니다. 보통 이런 식물을 희생파라고 합니다.



이와 다르게 동물을 이용하는 방법이 다른 도토리, 밤, 호두 열매가 있습니다.



이는 특정한 동물들에 맞춰서 열매를 이동시킵니다. 바로 다람쥐, 청서, 어치 등을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딱딱한 껍질과 녹말이 가득한 열매여서 보관이 편리하며 장기간 저장이 가능합니다.



먹이를 저장해 겨울을 나는 동물들에게 가장 인기인 이 열매들은 동물들의 건망증을 활용합니다.



먹이를 들고 동물들이 여러 곳의 저장창고에 넣어놓은 후 잊어버리면 봄에 발아하는 완벽한 방법입니다.



이런 식물을 지능파라고 합니다. 이외에 계곡 근처에 물을 타고 이동하는 방법을 쓰기도 합니다.



열매가 익으면 언젠가는 멀리 보내야 합니다.



이것은 생명의 이별이라고 합니다. 특히 풀들은 겨울이 되면 땅 위에 올려놓은 자신의 몸은 모두 죽게 됩니다.



그래서 온 힘을 다해 자신의 생명을 퍼트리고자 더 애쓰는 것입니다.



가을과 이별은 참 어울립니다.



완연하게 생명의 목적을 이룬 이별이라 풍성한 이별일 것입니다.



떠나는 생명도 떠나보내는 생명도 모두 새로운 삶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을바람이 차가워져가면서 더 생명들이 그리워지는 계절입니다.







Attachments

Comment (0)